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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총론 보건의료 시각전환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총론 보건의료 시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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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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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협 명예회장 전 보사부장관)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

총론

국가적 아젠다로서 보건의료 시각전환

 


의료정책에도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의학이 일진월보로 발전하고, 사회적 여건도 급속히 변화해가기 때문에 정책면에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대단히 신중하여야 하며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정치학자들에 의하면 개혁의 성공률은 평균해서 30% 선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실패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다년간의 관행을 졸속으로 뜯어고치는데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 개혁의 실패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국가적인 재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도 여러번 인정했던 바와 같이 준비안된 의약분업으로 사회적인 혼란과 의료보험재정의 파탄을 가져왔으며 많은 국민들에게 재정적 부담과 불편을 가중시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약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의약분업에 대한 논쟁과 갈등 속에서 허송함으로써 의료수준의 향상과 국민의 편의, 의료보험제도의 발전이라는 중요한 과제는 뒷전에 밀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보건의료정책이 중요한 아젠다로 부각되고 올바른 방향설정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의료분야 전반에 걸쳐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선진 외국의 실정도 참고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료의 수준을 높이고 이용자인 국민을 편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일 것이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몇가지 이슈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종합병원의 외래환자는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감수해 왔었다. 그간 병원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다소 긍정적인 개선은 이루어졌으나 정부 당국의 대책은 볼 수가 없었다. 하루에 1백명 가까운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사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하등의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

병원의 경영은 악화일로에 있어 의료사고의 방지와 의료 기술수준의 향상은 불가능한 상태에서 답보하고 있었다. 이와같은 문제의 해결은 권력과 재정을 가진 정부의 책임인데도 무책으로 일관해 왔으며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의료인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왔었다.

2. 응급실의 취약한 상태는 우리나라 의료의 현주소를 상징하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긴급한 진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응급실의 운영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병원 자체의 능력으로는 개선을 위한 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역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극히 혼잡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인도적이며 여러 사람들에게 분노와 실의를 느끼게 했지만 여러해 동안 방치되고만 있었다. 응급실이 입원환자 대기실이 되고 있는 상황도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3. 의료전달체계 개선도 말 뿐이지 진전이 없었다. 개원의(단골의사)가 없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론화되면서 진찰료 등이 다소 조정되어서 효과가 있는듯 하더니 의료보험재정의 파탄을 막는다는 이유로 수가를 원상복귀하는 쪽으로 환원하고 있으니 정책이 조령모개하는 것이 사실이다.

4. 의료보험제도에도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 조합주의와 통합주의의 소모적인 논쟁만 있었지 실질적인 개선노력은 볼 수가 없었다. OECD 여러 나라에 비해서 지나치게 낮은 의료보험료로서는 제도 자체가 기능할 수가 없다. 국민에게 호소하고 설득해서 보험부담금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해야 된다는 것은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이다. 의료보험의 급여를 늘리는 생색쓰는 것에는 서로 앞장서지만 재정을 정상화 시킨다는 인기없는 소리를 하는것은 누구도 싫어 하였다.

국민들의 불평을 의사들의 과대·허위청구에 대한 비난으로 호도해 왔었다. 공적 보험치고는 자기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큰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덮어두고 있다. 보험료를 올리든지 정부부담을 높여서 의료다운 의료를 제공하고 보험의 기본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증이 의료비 할인권 역할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5. 국민부담 면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크게 왜곡되어 있다.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의료행위 중에서 엄청나게 고가인 것이 많다. 그 중에는 필요불가결한 의료행위도 있다. 구체적인 예시를 하지않아도 국민들 누구나 알고 있는데 정부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국민부담을 감면해주고 비과학적인 치료를 억제하는 노력이 없었다. 마치 의약분업만이 의료의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정부의 홍보 때문에 필요한 개혁이 실종되고 말았다.

지난 1월에 있었던 미국 부시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도 의료문제가 넓게 언급되었다.
“병은 의사가 고칩니다. 정치인, 보험자단체나 변호사가 병을 고칠 수 없습니다. 의료의 주체인 의사들에게 그간 박탈되었던 발언권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어느 직종이든 그 분야에서의 발전을 기대하고자 한다면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공과계통의 문제점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우수한 군인, 과학자, 기술자나 교사 등이 필요하다면 그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높은 수준의 의료혜택을 받고 안심하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 삶의 질에 관한 여러 여건의 향상과 함께 의사들에게도 자기 천직에 대해 보람을 느끼게 하고, 자존심을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납득할 수 없는 제도가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될 진정한 개혁은 하지않고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분위기를 공정하게 시정하는 것이 의료개혁의 시발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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